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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

기록상 좋은 선수인데 팀 승리에 기여 못 하는 이유: 통계로 보는 팀 기여도

개인 성적과 팀 기여도의 차이, 무엇이 문제인가

야구는 개별 기록이 분명하게 드러나는 스포츠다. 타율, 홈런, 탈삼진, 방어율 같은 전통적인 지표들은 선수의 퍼포먼스를 직관적으로 보여준다. 하지만 이처럼 뛰어난 개인 성적을 가진 선수가 있다고 해서, 그 선수가 속한 팀이 반드시 좋은 성적을 내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WAR이나 OPS가 매우 높은 선수라도, 소속팀은 하위권에 머무르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처럼 기록과 팀 기여도 사이에 괴리가 발생하는 이유는 단순하지 않다.

첫 번째 원인은 기록의 집중도다. 예를 들어 한 타자가 홈런과 타점을 몰아치며 OPS 1.000을 넘겼다고 하더라도, 그 활약이 득점과 연결되지 않는 타순에서 발생했거나, 팀이 경기 후반에 점수를 내지 못했다면 실질적인 승리에 미치는 영향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기록상 좋은 선수인데 팀 승리에 기여 못 하는 이유: 통계로 보는 팀 기여도

 

타율이나 홈런 수 같은 지표는 득점 기여도를 직접적으로 보여주지 않기 때문에, 그 수치만으로는 팀 성적을 설명할 수 없다.

또 다른 이유는 경기 맥락을 고려하지 않은 성적 구성이다. 예를 들어 대량 득점이 이미 난 상황에서의 홈런이나, 점수가 벌어진 상태에서의 삼진 등은 팀 승패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런 기록들은 개인 성적을 높이는 데는 도움이 되지만, 경기의 흐름을 바꾸는 결정적 장면과는 거리가 있을 수 있다. 이처럼 기록의 질보다 양이 우선시될 때, 팀 승리에의 실질적인 기여도는 낮아질 수 있다.

 

통계로 본 팀 기여도: 단순 기록이 전부가 아니다

야구 통계는 발전하면서 단순한 누적 수치보다 상황별 성적과 기여도를 반영하는 고급 지표들이 등장하게 되었다. 대표적으로는 WAR, RE24, WPA, LI 같은 지표들이 있다. 이 지표들은 단순히 타율이나 홈런 수가 아닌, 언제, 어떤 상황에서, 어떤 결과를 냈는지를 평가하는 데 집중한다.

WAR는 대체 선수 대비 승리 기여도를 나타내는 지표다. 이 수치가 높을수록 선수는 시즌 동안 팀 승리에 더 많은 영향을 미쳤다고 평가된다. 하지만 WAR도 한계가 있다. 예를 들어 시즌 전체를 통틀어 좋은 성적을 냈지만, 그 성적이 팀의 승패를 결정짓는 순간과 무관하다면 WAR은 높더라도 체감상 기여도가 낮을 수 있다.

WPA는 Win Probability Added의 약자로, 선수가 경기에서 팀의 승리 확률을 얼마나 높였는지를 측정하는 지표다. 예를 들어 9회말 2사에서 역전타를 쳤다면 WPA는 매우 높은 값을 기록하지만, 이미 점수 차가 벌어진 상황에서의 홈런은 거의 영향이 없다. WPA는 팀 승리에 직접적으로 기여한 장면만 반영하기 때문에, 팀 기여도를 분석할 때 매우 유용하다.

또한 RE24는 타석마다 발생할 수 있는 평균 기대 득점 대비 얼마나 더 많은 득점을 만들어냈는지를 보여준다. LI는 그 장면의 중요도를 의미하며, 높은 LI 상황에서 좋은 성적을 냈다면 clutch 능력이 있다고 판단된다. 이처럼 팀 기여도는 단순 성적보다 상황 적합성과 경기 영향도를 반영하는 통계로 분석해야 정확하다.

 

실제 사례: 기록은 좋은데 팀 승리에 영향 없는 유형

메이저리그나 KBO를 살펴보면, 꾸준히 좋은 성적을 내지만 팀의 성적에는 영향을 거의 주지 못하는 선수들이 있다. 이들은 대체로 다음과 같은 특징을 가진다. 첫째, 시즌 중반이나 하위 타순에서 좋은 성적을 내지만, 승부처에서는 존재감이 낮다. 둘째, 대량 득점 경기에서 활약이 집중되며, 경기가 팽팽할 때는 침묵한다. 셋째, 수비나 주루에서의 마이너스 기여도가 공격 지표를 상쇄한다.

예를 들어 한 타자가 시즌 25홈런을 쳤다고 하자. 수치상으로는 훌륭한 성적이지만, 그 중 15개 이상이 팀이 크게 이기거나 지는 경기에서 나왔다면, 실제로 팀 승패에 미친 영향은 제한적일 수 있다. 반대로 시즌 10홈런을 친 타자라도, 그 중 대부분이 동점 상황이나 역전 상황에서 나왔다면 WPA 기준으로 훨씬 더 높은 팀 기여도를 가질 수 있다.

또한 수비 포지션도 중요하다. 예를 들어 1루수나 좌익수처럼 수비 기여도가 제한적인 포지션에서의 공격력은, 같은 성적이라도 유격수나 포수보다 WAR 증가 폭이 낮다. 즉, 기록은 동일하더라도 수비 포지션과 수비 능력까지 고려해야 전체적인 팀 기여도가 평가된다.

이런 이유로 일부 선수는 매년 뛰어난 성적을 거두고도 MVP 투표에서 낮은 순위를 기록하거나, FA 시장에서 기대 이하의 계약을 맺게 되는 경우도 있다. 이는 구단과 평가자들이 기록의 총량보다, 그것이 경기와 시즌 전체 흐름에 어떤 영향을 줬는지를 더욱 중시하고 있다는 신호다.

 

팀 기여도를 올바르게 해석하려면 무엇을 봐야 하나

팀 기여도를 정확히 해석하려면, 단순히 OPS나 타율, 홈런 수 같은 전통 지표를 넘어 상황 지표와 고급 통계의 결합적 이해가 필요하다. 예를 들어 WPA나 RE24는 점수 차, 주자 상황, 이닝 흐름 등 맥락을 반영하므로, 정말 팀이 필요로 할 때 활약하는 선수를 가려내는 데 매우 유용한 지표다.

또한 타순과 경기 맥락을 함께 분석해야 한다. 하위 타순에 배치된 타자는 클러치 상황이 적을 수밖에 없고, 득점권 기회도 제한된다. 이 경우 좋은 성적에도 불구하고 팀 기여도가 낮게 나타날 수 있다. 따라서 타자의 성적은 반드시 기회 수와 타순 위치를 고려하여 평가해야 한다. 수비 포지션과 수비력도 마찬가지로, 공격력과 균형 있게 평가되어야 전체 기여도가 제대로 해석된다.

팬의 입장에서도 이러한 개념을 이해하면, 단순 성적만으로 선수를 과대평가하거나 과소평가하는 실수를 줄일 수 있다. 팀 승리에 진짜 기여하는 선수를 가려내고 싶다면, 타자의 WPA, RE24, 클러치 성적, 포지션별 WAR 등 다양한 통계를 종합적으로 보는 눈을 길러야 한다. 그럴 때 비로소 야구는 더 이상 숫자의 나열이 아닌, 맥락 있는 전략의 게임으로 다가오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