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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

KBO WAR 상위권 선수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WAR 상위권 선수가 되는 데 필요한 조건

야구에서 WAR는 단순한 성적의 합계가 아니라, 선수의 전반적인 경기 기여도를 수치화한 종합 지표이다. 홈런을 많이 치거나 방어율이 낮다고 해서 WAR가 무조건 높게 나오지는 않는다. 타격, 수비, 주루, 출장 경기 수, 포지션 가치 등 다양한 요소가 통합적으로 평가되기 때문에, WAR 상위권 선수들은 단순히 "타격이 좋은 선수"가 아니라 경기 전반에 걸쳐 팀에 다방면으로 기여하는 선수인 경우가 많다.

 

KBO WAR 상위권 선수들의 공통점

 

KBO WAR 상위권 선수들의 공통점 중 첫 번째는 바로 지속적인 출전과 꾸준함이다. WAR는 누적 지표인 만큼, 130경기 이상을 꾸준히 소화하면서 안정적인 활약을 펼친 선수들이 상위권에 이름을 올린다. 시즌 초반 잠깐 활약한 선수보다, 시즌 내내 3할 타율과 견고한 수비를 보여준 선수의 WAR가 더 높게 계산된다. 특히 부상 없이 전 경기 가까이 출전하는 선수일수록 높은 WAR를 기록할 가능성이 크다. 또한 꾸준함은 경기 외적인 면에서도 영향을 미친다. 컨디션 관리, 자기관리, 장기적인 시즌 운영 능력은 WAR 수치와 직결되는 선수의 기초 체력과도 연결된다.

더불어 WAR는 단기적인 '폭발력'보다 장기적인 '지속성'에 더 큰 보상을 주는 지표다. 따라서 WAR 상위권을 유지하는 선수들은 대부분 슬럼프를 최소화하고, 평균 이상을 꾸준히 유지하는 능력이 뛰어나다. 매달 OPS나 타율이 큰 기복 없이 유지되는 유형의 선수들이 WAR 누적에 유리하며, 이는 통계적으로도 증명된다. 그런 면에서 WAR는 단순한 성적 이상의 선수 신뢰도와 경기력 안정성을 보여주는 간접 지표이기도 하다.

 

WAR 상위권 타자의 특징

타자 중 WAR 상위권에 오르기 위해서는 단순히 타율이 높은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출루율과 장타율, 즉 OPS 수치가 중요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WAR 계산에서는 단순한 안타 수보다 출루와 장타를 통해 얼마나 효율적으로 득점을 만들었는지가 중요하게 작용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3할 타자라도 모두 단타만 치는 선수는 WAR 상승에 제한이 있을 수 있다. 반면 출루율이 높고, 홈런이나 2루타 같은 장타를 자주 생산하는 타자는 WAR에 큰 영향을 미친다.

예를 들어 최근 몇 년간 KBO WAR 상위권에 오른 타자들을 살펴보면 공통적으로 OPS가 리그 상위권이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키움의 이정후나 SSG의 최정, LG의 김현수 등을 들 수 있다. 이들은 모두 타율뿐만 아니라 볼넷을 고르고, 장타를 만들어내며 팀 공격의 중심을 맡아왔다. 특히 이정후는 삼진을 거의 당하지 않는 정교한 타격과 더불어, 좌중간을 활용하는 넓은 타구 분포를 보여주며 WAR 상위권을 꾸준히 유지했다. WAR에서 수비력 역시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는데, 외야수이자 정확한 송구 능력과 빠른 수비 반응을 보여주는 이정후 같은 선수는 수비 기여도 측면에서도 높은 점수를 받는다.

또 하나 주목할 공통점은 '볼넷 비율과 삼진 비율의 균형'이다. WAR 상위권 타자들은 단순히 공을 세게 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스트라이크존 관리 능력이 뛰어나다. 타석에서 불리한 카운트를 최소화하고, 선구안을 바탕으로 투수와의 싸움에서 밀리지 않는 선수들이 WAR에 유리하다. 이정후, 손아섭, 박건우 같은 선수들은 출루율뿐 아니라 타석에서의 승부 능력이 강해 WAR 상승에 직접적으로 기여하고 있다.

 

수비와 포지션 가치, WAR에 숨겨진 변수

WAR를 구성하는 중요한 축 중 하나는 수비 기여도다. 수비는 전통적으로 야구 팬들이 성적표에서 쉽게 놓치는 부분이지만, WAR 계산에서는 매우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특히 수비력이 뛰어난 유격수나 중견수, 포수처럼 수비 난도가 높은 포지션에서 활약하는 선수는 동일한 공격력을 가졌다고 해도 WAR에서 더 높은 점수를 얻는다.

대표적인 예가 NC의 박민우나 키움 시절 김하성이다. 이들은 타격에서는 압도적인 성적은 아니더라도, 리그 최상위권의 수비 기여도를 기록하면서 WAR를 크게 끌어올렸다. 또한 이들의 공통점은 수비 위치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넓은 수비 범위와 안정적인 송구, 빠른 판단력을 갖췄다는 점이다. WAR 계산에서는 바로 이런 부분이 디테일하게 반영된다. 이와 같은 포지션 가치는 포수의 경우 더욱 극대화된다. 포수는 도루 저지, 투수 리드, 블로킹 능력까지 포함되며, 리그 평균 포수보다 수비가 좋은 선수는 상대적으로 WAR 수치에서 큰 이익을 본다.

한편 KBO의 WAR 계산은 MLB에 비해 수비 기여 반영이 다소 제한적인 편이지만, 최근에는 국내 야구 통계 플랫폼에서도 DRS나 UZR과 유사한 데이터 반영이 시도되고 있다. 향후에는 수비에서의 반응 시간, 주자 저지율, 송구 정확도 같은 세부 항목들이 더 정밀하게 반영되면, WAR의 정밀도와 수비 기여 평가가 더욱 공정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이러한 수비 요소는 WAR를 단순히 타격 지표 이상의 종합 지표로 만들어주는 핵심적인 배경이 된다.

 

WAR의 함정과 그 너머: 숨은 가치의 재조명

그러나 WAR 수치만으로 모든 선수를 평가할 수는 없다. 높은 WAR를 기록하지 못했다고 해서 가치가 없다는 뜻은 아니기 때문이다. WAR는 수비 기여도를 일정 수치로 계산하지만, 팀에 미치는 심리적 안정감이나 리더십, 경기 흐름을 바꾸는 장면의 임팩트는 정량화되기 어렵다. 예컨대 9회말 극적인 끝내기 홈런은 시즌 WAR에서 0.1점 상승에 불과할 수 있지만, 그 한 장면이 팀의 분위기와 순위를 바꿔놓을 수 있다. 이런 비정량적인 요소는 WAR 수치 밖에 존재하며, 야구가 수치만으로 해석될 수 없는 스포츠라는 점을 상기시켜준다.

WAR가 높은 선수들의 공통점은 결국 ‘허점이 적고, 꾸준히 팀에 기여하는 선수’라는 데 있다. WAR는 완벽한 선수를 찾기 위한 도구라기보다는, 다양한 약점과 강점이 어떻게 균형을 이루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다. 또한 WAR는 누적 지표이기 때문에 팀 상황, 타순, 경기 출전 수, 홈구장 특성 등 외부 요소에도 영향을 받는다. 따라서 WAR는 맥락 없이 수치만 놓고 비교해서는 안 되고, 그 선수의 팀 내 역할, 시즌 흐름, 리그 전체 평균과의 차이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야구를 더 깊이 이해하고자 하는 팬이라면 WAR를 단순한 숫자가 아닌 선수의 입체적인 스냅샷으로 바라봐야 한다. WAR는 완벽하지 않지만, 우리가 야구를 과학적으로 이해하는 데 훌륭한 출발점이며, 선수들의 숨겨진 가치를 발견하게 해주는 유용한 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