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역대 최고의 WAR 시즌 TOP5 분석과 당시 야구 환경

u_ja_mong 2025. 7. 3. 18:30

WAR란 무엇인가? 그리고 이 지표로 시즌을 평가하는 이유

WAR(Wins Above Replacement)는 야구에서 선수의 총체적인 기여도를 수치로 나타낸 통합 지표다. 이 수치는 해당 선수가 리그 평균 수준의 대체 선수(대개 마이너리그급 선수) 대신 출전했을 경우 팀이 얼마나 더 많은 승리를 거뒀는지를 보여준다. WAR는 타자의 경우 타격 성적, 수비력, 주루 능력까지 통합해 계산하며, 투수의 경우는 실점 방지 능력과 이닝 소화 등을 바탕으로 평가된다. WAR가 1.0인 선수는 대체 선수보다 1승 더 기여한 것이며, 8.0 이상은 MVP급 시즌으로 간주된다.

WAR의 장점은 단순히 안타 수, 홈런 수, ERA 같은 전통 기록이 아닌, 승리에 얼마나 직접적으로 영향을 끼쳤는가를 보여준다는 점이다. 그래서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며, 어떤 시즌이 정말 위대한 시즌이었는지를 비교할 때 유용한 지표로 사용된다. 실제로 WAR 기준 상위 시즌을 보면, 전설적인 선수들이 ‘인생 최고의 시즌’을 만들어낸 시점과 거의 일치한다. 이 지표는 단순한 숫자를 넘어, 시대와 환경을 초월해 선수의 순수한 야구 기여도를 비교할 수 있게 해준다. 이제부터는 WAR 기준으로 선정된 역대 시즌 TOP5와 그 당시의 야구 환경을 함께 살펴보겠다.

 

역대 최고의 WAR 시즌 TOP5 분석과 당시 야구 환경

 

베이브 루스, 윌리 메이스, 그리고 전설의 전성기

WAR 역대 1위 시즌은 베이브 루스의 1923년 시즌이다. 당시 루스는 WAR 14.2라는 경이로운 수치를 기록했다. 이 시즌 루스는 41홈런, 130타점, 타율 0.393, 출루율 0.545, 장타율 0.764를 기록하며 뉴욕 양키스를 월드시리즈 우승으로 이끌었다. 당시의 야구는 지금보다 홈런이 드문 시대였고, 투수들이 완투하는 문화가 강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루스는 규격 외의 타격 능력으로 시대를 앞서갔다. 전통적인 파워 중심 타자가 아니었던 그는, 출루와 장타를 동시에 지닌 근대 야구의 새로운 모델을 만들어낸 인물이었다.

두 번째로 높은 WAR 시즌은 윌리 메이스의 1965년으로, WAR 11.2를 기록했다. 마이스는 홈런 52개, OPS 1.043을 기록하며 그해 내셔널리그 MVP를 수상했다. 이 시기는 투수 우위의 시대였고, 마운드 높이도 현재보다 높았으며, 타격 환경이 결코 유리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마이스는 수비, 주루, 타격 모두에서 완벽한 활약을 펼쳐냈고, WAR 계산 방식이 지향하는 ‘공격·수비·주루 3박자 완성형 선수’의 전형적인 사례가 되었다.

또한 테드 윌리엄스의 1941년 시즌 역시 WAR 10.4로 상위권에 속한다. 그는 그 해 타율 0.406을 기록했으며, 메이저리그 역사상 마지막 4할 타자로 남아 있다. 당시의 스트라이크존과 심판 판정, 장비 수준 등을 고려하면 그의 타율은 지금보다 더욱 의미 있게 평가된다. 윌리엄스는 출루율 0.553이라는 믿기 힘든 수치를 기록했고, 볼넷 147개를 얻으며 투수들에게 극단적인 회피를 당하기도 했다. 전쟁 전의 고전적 환경 속에서도 압도적인 타격 기술을 보여준 사례로 기록된다.

 

현대 야구의 WAR 몬스터들: 본즈, 트라웃, 오타니

최근으로 오면 배리 본즈의 2001년 시즌을 빼놓을 수 없다. 이 해 본즈는 WAR 11.9를 기록했고, 73홈런이라는 MLB 역대 한 시즌 최다 홈런 기록을 세웠다. 논란이 많은 선수지만, 순수한 성적으로만 본다면 그는 타격 역사상 가장 위협적인 존재였다. 출루율 0.515, 장타율 0.863, OPS 1.379는 그 어떤 타자도 흉내 낼 수 없는 수치였다. 본즈는 그 시즌 177개의 볼넷을 얻었으며, 투수들은 대부분 고의사구를 택했다. 비록 PED(금지 약물) 논란이 있지만, WAR 기준으로만 보면 현대 야구 역사상 가장 생산적인 시즌 중 하나였다.

현대 야구에서 WAR 기준으로 가장 꾸준히 상위권을 유지한 선수는 마이크 트라웃이다. 2012년부터 2019년까지 트라웃은 매 시즌 8 이상의 WAR을 기록하며 현대판 전천후 슈퍼스타의 모습을 보여줬다. 그의 최고 시즌은 2016년으로, WAR 10.5를 기록했다. 타율 0.315, 출루율 0.441, 도루 30개, 홈런 29개라는 기록을 보이며 전통적 5툴 플레이어의 완성형을 실현했다. 특히 2010년대 후반은 투수들의 구속이 최고점을 찍은 시기였고, 분석 시스템이 고도화된 환경에서도 트라웃은 압도적인 존재감을 유지했다.

오타니 쇼헤이는 최근 WAR 순위에 새롭게 등장한 독보적인 사례다. 2021년 오타니는 타자로서 46홈런, 투수로서 130이닝, 평균자책점 3.18을 기록하며 타자와 투수 WAR을 합쳐 9.1을 기록했다. 한 선수가 두 포지션에서 동시에 기여한 이례적인 케이스로, 현대 야구 분석에서도 유례를 찾기 어려운 시즌이었다. 그의 시즌은 야구 역사에서 ‘투타겸업’이라는 주제가 현실이 될 수 있음을 증명한 시즌이며, WAR 지표 자체에 새로운 해석을 가능케 한 상징적 해석을 남겼다.

 

시대별 WAR 해석의 차이와 그 의미

WAR는 모든 시대를 통합해 비교할 수 있는 유용한 도구지만, 각 시대의 야구 환경 차이를 고려하지 않으면 단순 숫자 비교에 오해가 생길 수 있다. 1920년대에는 경기당 득점이 많았고, 장비도 지금보다 불규칙했으며, 구장 크기나 외야 펜스가 매우 달랐다. 반면 1960년대는 투수 마운드가 높아 타자들이 불리한 환경이었다. 1990~2000년대는 약물 이슈가 야구의 신뢰도를 떨어뜨렸으며, 2020년대는 투수의 구속과 분업화, 데이터 기반의 수비 이동(시프트) 등이 야구를 완전히 바꿔놓았다.

이런 차이를 감안할 때, WAR은 ‘승리에 대한 기여도’라는 공통의 기준을 제공하지만, 당시 리그의 평균 수준과 환경을 함께 해석해야 그 의미가 정확히 전달된다. 예컨대 윌리 메이스가 1960년대에 WAR 11 이상을 기록한 것과, 2001년의 배리 본즈가 같은 WAR을 기록한 것은 전혀 다른 맥락에서 나온 결과다. 하나는 투수 우위 시대의 전천후 선수였고, 다른 하나는 타격 환경이 극대화된 시대의 극단적 성과였다.

또한 WAR은 아직도 완벽한 수치는 아니다. 특히 수비 WAR은 지표마다 계산 방식이 달라 오차 범위가 존재하고, 투수의 경우 RA9-WAR과 FIP-WAR이 다를 수 있어 해석에 유연성이 필요하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WAR은 야구에서 ‘가장 넓은 범위의 가치’를 평가할 수 있는 강력한 도구다. 역대 최고의 WAR 시즌을 분석하는 것은 단순히 기록을 넘어서, 야구라는 스포츠가 시대마다 어떻게 달라졌고, 어떤 선수가 그 흐름을 이끌었는지를 되짚는 과정이라 할 수 있다.